강릉에는 신영극장이 있다. 아니 ‘있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학창시절 죄짓는 마음으로 기웃거리던 그곳은 신문화와 접선하는 포인트였다. 학교에서 단체관람을 허용했던 벤허의 전차경기 감동은 신영이 준 오롯한 선물이었다. 멀티플렉스 극장의 등장으로 2009년 문을 닫기 전까지 반세기 동안 그곳은 시민들이 나름대로 호사를 누리는 공간이었다. 지금은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이란 이름으로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가끔 관심 있는 영화가 있어 가 보면 좌석은 대부분 텅 비어 있다. “강릉시는 정동진독립영화제와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의 예산을 복원하라!” 강릉씨네마떼끄라는 단체가 새해 벽두 이런 성명을 내놨다. 1996년 강릉의 영화문화 발전을 위해 결성된 비영리 민간단체다. 1999년부터 26년째 정동진 대신저축은행적금 독립영화제를 개최하고, 2012년부터 독립예술극장 신영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정동진영화제나 신영이 관객수 등에서 전년보다 상당히 좋아진 실적을 보였음에도 합당한 이유 없이 예산 삭감이 이뤄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 광화문에는 씨네큐브라는 독립예술영화관이 있다. 흥국생명이 주축인 태광그룹이 운영하고 있다. 교통도 시설도 좋고 볼만한 영화를 큐레이 신용카드 한달연체 션하는 능력도 있어 인기 있는 곳이다. 그런데도 빈자리는 적지 않다. 단독 영화관을 흡수해 스크린을 장악했던 CGV 등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은 비대해진 덩치로 지금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도 비슷한 처지다. 넷플릭스가 영화와 드라마 소비자들을 다 빨아들이고 있는 탓이다. 회원만 되면 언제 어디서나 핸드폰이나 TV로 무궁무진한 넷플릭스 동부화재 전세자금대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필자도 그중 하나다. 정원 삽질도 없는 한겨울 긴 긴 밤에는 더욱 그렇다. 넷플릭스는 1997년 리드 헤이스팅스와 마크 랜돌프에 의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코츠밸리에서 탄생했다. 이후 10년간 DVD를 빌려주는 사업을 했다. 그 뒤 온라인으로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스트리밍 기술에 올라타 이 분야 세계 최대의 플랫폼이 되었다. 2013 우리은행 생애최초 년부터는 자체 콘텐츠 제작에 나섰다. 첫 번째 오리지널 시리즈인 ‘하우스 오브 카드’가 시쳇말로 대박을 치면서 이쪽으로 역량을 집중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전 세계로 서비스를 확장했고, 동시에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을 현지화하기 시작했다. 국내 제작물로는 2019년 ‘킹덤’을 필두로 ‘지옥’, ‘오징어 게임’ 등이 큰 인기를 끌면서 K-콘텐츠의 능력을 입 내집마련주택부금 증했다. 2023년 4월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첫 일정은 넷플릭스 CEO와의 만남이었다. 여기서 테드 서랜도스 공동 CEO는 앞으로 4년간 한국에 25억 달러(약 3조 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과 창작자, 넷플릭스 모두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실제로 한국 진출 10년간 넷플릭스는 국내 제작·창작자들에게 크나큰 선물을 안겨줬다. ‘더 글로리’ ‘피지컬 100′에 이어 지난해 ‘흑백 요리사’까지 잇따라 히트작을 터뜨렸다. 하지만 세상에 다 좋은 일은 없다. 어떤 일이든 명암을 함께 지니고 있다는 얘기다. 넷플릭스의 파워는 기존의 미디어판을 완전히 바꿔버리고 있다. 그들은 거액의 자본을 투입해 대량 소비를 겨냥한 상업용 콘텐츠 생산에 주력한다. 한국의 방송사나 제작사들은 이들의 자본과 재주를 당할 수 없다. 경영이 어려워진 한국 제작사와 방송국들은 신규 제작을 피하고 있다. 이미 제작된 콘텐츠도 몇 년째 창고 신세를 지고 있는 상황이다. ‘나이키’라는 미국 브랜드가 1971년 생겨난 이후 한국의 신발회사들은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나이키는 그들의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공장을 인건비가 싼 동남아 등에서 찾아 하청 기지로 삼았다. 자신들은 미국에서 디자인과 기능성을 높이는 연구에 매진하고, 빼어난 광고와 마케팅에 주력해 세계 신발 시장을 장악했다. 나이키에게 선택받은 공장들은 전보다 덩치를 키울 수 있었지만 다수 기업은 문을 닫거나 하청에 하청을 받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영화와 드라마, 리얼리티쇼로 대표되는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파워는 신발의 나이키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다. 다들 어떻게 하면 넷플릭스로부터 낙점을 받느냐에 목매고 있다. 한국 콘텐츠 시장의 넷플릭스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넷플릭스의 머니 파워로 주연 배우들의 개런티는 몇 배로 치솟았다. 그로 인해 중소 제작사들의 환경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넷플릭스에 간택된 제작사들은 제작비에 마진을 얹어 드라마 판권을 넘기는 것으로 만족했지만 추가 수익을 낼 기회는 스스로 잃어버렸다. 단순히 하청업체가 된 꼴이다. 국내 OTT 2위 ‘티빙’과 4위 ‘웨이브’가 합병을 모색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더 이상 넷플릭스에 시장을 내줬다가는 미래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양사가 통합하면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최대 930만 명(중복가입자 포함, 2024년 11월 기준)에 달해 국내 OTT로는 최대가 된다. 현재 국내 1위인 넷플릭스의 이 수치는 1137만 명이다. 이는 쿠팡플레이를 포함한 국내 OTT 회사들이 플랫폼 간 협업과 통합으로 대외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넷플릭스 외에 디즈니플러스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HBO 맥스 등 다른 글로벌 OTT와도 제휴를 넓혀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동시에 일본, 태국 등 아시아 콘텐츠 기업들과 네트워크를 구축, 글로벌 강자들과의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금처럼 넷플릭스가 깔아놓은 멍석에서 밤새 놀다 보면 아침이 허전해질 게 틀림없다. 심상클래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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