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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3-04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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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주민소환 본투표 앞둔 양양군

주정완 논설위원

지난 21일 오전 강원도 양양군 양양읍 서문리에 위치한 양양 실내체육관. 1층 입구에 ‘양양읍 사전투표소’라고 안내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날은 김진하 양양군수를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데 찬성표 또는 반대표를 던지는 주민소환 사전투표 첫날이었다. 여성 민원인 성추행과 뇌물수수 등 혐의를 받는 김 군수는 지난달 검찰에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3선에 성공한 김 군수의 10등급무직자대출 임기는 내년 6월 말까지다. 그는 지난해 9월 소속 정당(국민의힘)을 탈당해 현재는 무소속이다.

■
「 현직 군수, 뇌물 등 혐의로 구속 주민 조기 퇴진 요구로 투표 실시
사전투표율은 14.81%로 저조 최종 33.3% 미달 땐 개표 안 해
제도 도입 1 우리은행신용불량자 8년, 여전한 장벽 국회 법 개정 논의는 지지부진 」
일부 주민들은 임기 만료나 재판 결과를 기다릴 필요 없이 김 군수를 즉시 물러나게 해야 한다며 양양군 선거관리위원회에 주민소환 투표를 청구했다. 주민소환법에 따라 기초단체장(시장·군수·구청장) 주민소환 투표를 하려면 해당 지역 유권자 15% 이상이 서명한 서류를 선관위에 내야 한다. 인천환경공단 양양군 선관위는 청구인 대표(김동일 미래양양시민연대 대표)가 제출한 서명부를 검증한 뒤 지난 3일 주민소환 투표를 공고했다. 사전투표는 지난 21~22일, 본투표는 26일에 시행하는 일정이었다. 김 군수는 선관위의 투표 공고와 동시에 직무가 정지됐다.
찬성 측 “적극 투표”, 반대 측 “투표 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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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후 강원도 양양군 양양읍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김진하 양양군수에 대한 주민소환 사전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기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자가 사전투표소인 양양 실내체육관을 찾아간 시간은 오전 11시쯤이었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 라루체식대 에서 투표자들의 발길이 드문드문 이어졌다. 투표소 앞에서 만난 60대 김모씨는 “다른 지역에서 양양으로 온 지 5년 정도 됐다. 살기 좋고 깨끗한 동네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고 말했다. 체육관을 나와 군청을 비롯한 읍내 곳곳을 둘러봤지만 투표 열기를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다른 선거에선 흔히 볼 수 있는 투표 안내 현수막이나 포스터도 이곳에선 찾기 어려웠다.
주민소환 찬성 측 대표로 방송 연설에 나선 박봉균 양양군의원(더불어민주당)은 “비리 혐의로 구속된 군수 하나 살리자고 양양군이 이대로 주저앉는 선택을 할 것이냐”며 “반드시 투표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김 군수는 선관위에 제출한 입장문에서 “부정한 청탁이나 특혜 부여 등 위법한 행위를 한 적이 없다”며 “(재판에서) 어떤 결과를 받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치적 책임을 묻는 주민소환제는 지나치게 가혹하며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김 군수는 선관위 입장문 외에는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양양군 실내체육관 입구에 사전투표소를 안내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주민소환 투표가 성립하려면 유권자 3분의 1(33.3%)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만일 투표율이 법적 요건에 미달하면 선관위는 투표함을 열어보지도 않고 주민소환 무산을 선언한다. 따라서 주민소환에 찬성하는 쪽은 ‘적극 투표’를, 주민소환에 반대하는 쪽은 ‘투표 불참’을 호소하는 게 일반적이다.
선관위도 중립을 지키기 위해 투표소 위치 등 기본 안내 외에는 유권자의 투표 참여를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는다. 선관위가 집계한 지난 21~22일 주민소환 사전투표율은 14.81%였다. 지난해 4월 총선 때 양양군 사전투표율(34.86%)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쳤다. 26일 본투표까지 포함한 투표율이 33.3%를 충족하느냐, 미달하느냐가 이번 주민소환 성패의 관건이다.
소환 추진 90%는 서명 미달로 실패

지난 21~22일 이틀간 진행된 주민소환 사전투표를 앞두고 투표 업무를 맡은 공무원이 투표용지 견본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민소환제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지방자치 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 교육감에 한해 도입했다. 주민들이 선거로 뽑은 공직자를 다시 찬반 투표에 부쳐 자리에서 물러나게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제도다. 주민소환 사유에는 특별한 제한이 없다. 개인 비리 등 중대한 위법이 없어도 주민들이 원하면 선출직 공직자를 자리에서 물러나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법적 책임을 따지는 재판이나 탄핵과 달리 주민소환은 정치적 책임을 묻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주민소환에 성공하려면 두 번의 큰 고비를 넘어야 한다. 첫째는 주민 서명 기준 충족이다. 일단 주민소환을 추진하려면 관할 선관위에 신청서를 내고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를 받아야 한다. 이게 있어야 주민들에게 주민소환 서명을 받을 자격이 생긴다. 여기까지는 해당 지역 유권자라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그런데 투표에 필요한 서명 요건을 충족하는 게 매우 어렵다. 시·도지사와 교육감은 유권자의 10% 이상, 시장·군수·구청장은 15% 이상, 지방의회 의원은 20% 이상의 서명이 필요하다.
그동안 주민소환을 추진한 사례는 대부분 이 고비를 넘지 못하고 무산됐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전국에서 주민소환이 추진된 사례는 147건에 이른다. 이 중 실제로 투표까지 이뤄진 경우는 양양군을 포함해 12건(8.2%)에 그쳤다. 반면 주민소환에 필요한 서명을 받지 못하거나 주민소환 청구인 대표가 스스로 철회한 경우가 133건(90.5%)을 차지했다.
“전자서명, 온라인 홍보 허용해야” 둘째는 투표율 기준(33.3% 이상) 충족이다. 지방자치 단체장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는 이번이 일곱 번째다. 그 전에 여섯 차례는 모두 투표율 미달로 투표함을 열어보지도 못했다. 심지어 투표율이 8.3%에 그친 사례도 있었다. 2013년 12월 전남 구례군수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였다. 주민소환 서명에 참여한 주민들(15% 이상)조차 정작 투표소에 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는 뜻이다. 낮은 투표율의 원인으로는 주민소환에 대한 유권자의 저조한 관심도, 주민소환 반대 측의 투표 불참 홍보활동 등을 꼽을 수 있다. 투표율이 30%를 넘었던 사례는 단 한 번(2007년 경기도 하남시장, 31.1%)뿐이었다.
지방의회 의원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는 2007년 12월 경기도 하남시에서 두 건(투표율 37.6%)이 성사된 사례가 있다. 현재로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주민소환에 성공한 경우다. 당시 하남시에선 광역 장사 시설(화장장) 유치를 둘러싼 지역 내부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2019년에는 경북 포항시에서 시의원 두 명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를 했지만 투표율 미달로 무산됐다.
그동안 국회에선 주민소환 요건을 완화하는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맞춰 전자서명이나 온라인으로 서명 활동 홍보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023년 충북지사 주민소환 투표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이현웅 주민소환 운동본부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의사소통과 전자서명이 일상화했는데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선 ▶주민소환 투표율 기준을 25%로 낮추고 ▶전자서명과 온라인 홍보를 허용하는 법안이 여야 합의로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을 걸면서 지난해 5월 21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법안이 자동 폐기됐다. 이번 22대 국회에 들어선 민형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민소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주민소환 투표 청구에 필요한 서명 기준을 유권자의 7~9%로 낮추는 내용을 담았다. 민 의원은 ‘주민소환 제도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소환 청구 남발에 따른 지방행정의 안정성 약화가 우려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 이재명이 불붙인 ‘국민소환제’, 위헌 소지 논란
「 한국의 주민소환제는 선출직 공직자 중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제외한다. 2006년 이후 국회의원 소환제를 도입하는 법안이 여러 차례 국회에 제출됐지만 번번이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유권자의 참여를 확대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국회의원 임기(4년)와 면책특권(직무상 발언·표결은 국회밖에서 책임지지 않음)을 보장한 헌법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민소환제(국회의원 소환제) 도입을 제안하면서 정치권에서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비상대책회의에서 “(국민소환제는) 거창한 취지와 달리 이재명의 정적 제거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법률로 국회의원 소환제를 규정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외국에선 국회의원 소환제를 실시하는 경우가 드물다. 선관위에 따르면 유권자가 국회의원 또는 대통령 소환을 발의하고 유권자 투표로 소환 여부를 결정하는 곳은 다섯 나라뿐이다. 남미의 베네수엘라·에콰도르,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나이지리아, 유럽의 소국 리히텐슈타인이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2023년 12월 보고서에서 “민주주의가 발달한 국가에선 의원 소환 제도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설명한 이유다.
다만 영국에선 2016년 특별한 사정에 한해 하원의장이 지역구 의원에 대한 유권자의 소환 투표를 요구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 하원의원이 범죄를 저질러 구금형을 선고받거나 심각한 윤리 위반으로 직무정지 등 징계를 받은 경우가 소환 대상이다. 이때 정치적 이유로 인한 의원 소환은 허용하지 않는다.
국내에선 국회의원이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으면 자동으로 의원직을 잃기 때문에 영국과는 사정이 크게 다르다. 입법조사처는 “(국민소환제가) 정치적 이유를 소환 사유로 한다면 자유 위임 원리에 위반될 소지(위헌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 판례에서 확인한 자유 위임 원리는 국회의원이 독자적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의정 활동을 할 수 있으며 특정 지역이나 집단의 이익을 대변할 의무는 없다는 것이다. 」
주정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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