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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극우 정치의 거목 장마리 르펜 전 국민전선(FN) 대표의 별세로 극우 가문 내 후계 경쟁이 재점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7일(현지시간) 아버지 르펜 전 대표가 세상을 떠난 지 하루 만인 8일 막내딸이자 극우정당 국민연합(RN·전 국민전선) 하원 원내대표인 마린 르펜 의원은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그가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저 위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여기 아래에서 그를 애도하고 있다”면서 “좋은 바람, 잔잔한 바다, 아빠”라는 나 주의 도움 받고자 추모글을 올렸다. 부친에 대한 애정과 슬픔을 담아 시적인 표현을 쓴 것이다.
그러나 글과는 대조적으로 전날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는 르펜 전 대표의 죽음을 환영하는 수백명이 모였다. 이들은 “더러운 인종차별주의자가 죽었다”는 플래카드를 흔들었다.
향년 96세로 세상을 떠난 르펜 전 대표는 1972년 국민전선을 창당하고 만기일 반이민, 민족주의, 반유럽연합(EU) 정책을 내세웠다. 인종차별과 반유대주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켜 여론의 비판과 법적 처벌을 받았다. 1998년 월드컵에서 처음 우승한 프랑스 축구 대표팀에 대해 “프랑스팀이 되기엔 유색인종 선수가 너무 많다”는 발언을 해 비판을 받았다. 2011년에는 당 대표직을 딸 르펜 의원에게 넘기며 2선으로 물러났으나, 당의 이미지 스마트폰 인터넷 쇄신을 둘러싸고 딸과 갈등을 겪기도 했다.
가디언지는 8일 “르펜 가문이 (르펜 전 대표가 사망한) 7일 이후로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당내 신구 세대 간에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장마리 르펜(왼쪽)이 생전 하원의원 회사 으로 당선된 손녀 마리옹 마레샬을 축하하고 있는 모습.
딸 르펜 의원은 당의 외연 확장을 위해 급진적 이미지를 완화하는 ‘탈악마화’ 전략을 펼치며, 2018년 당명을 국민전선에서 RN으로 변경하고 내부 정화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논란을 일으킨 급진적 인물들을 배제하고 반유대주의·동성애 혐오 발언 삼성카드 통신비 을 통제했으며, 부친을 당에서 축출하는 극단적 조치도 감행했다. 이 과정에서 고 르펜 전 대표의 극단적 노선에 충실한 조카 마리옹 마레샬과 공개적 다툼을 벌였다. 마레샬은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걱정말라. 13년 전에 편지로 나에게 준 임무를 잊지 않았다”면서 진정한 후계자로서의 정통성을 부각했다.
프랑스 극우 정치 전문가인 앙투안 자르댕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르펜 의원과 마레샬에 대해 “두 사람의 관계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안정되지 않았다. 이미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르펜 전 대표의 ‘유산’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르펜 의원이 극우 정당을 주류화하는 데 성공한 것은 성과지만 마레샬은 르펜 전 대표의 극우 비전을 충실하게 구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르댕은 “딸 르펜이 아버지를 당에서 축출한 사례를 보면, 그는 아버지의 유산 일부는 수용했지만 전부 받아들이지는 않았음을 알 수 있다”면서 “앞으로 몇 주 동안 관련된 논의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마레샬은 화려한 외모와 젊은 에너지로 대중적 인기가 높다. 강한 친기업성향의 보수 기독교 신자로 “이슬람화를 거부하고 기독교 유산을 지키겠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르펜 의원은 ‘프랑스 세속주의’를 강조하는 인물로 복지 확장에도 긍정적이다.
2012년 FN 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한 마레샬은 ‘프랑스 최연소 하원의원’으로 당선됐는데, 2017년 갑자기 정계 은퇴를 선언해 이모와 불화가 원인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마레샬은 지난해 10월 극우 정당 ‘정체성과 자유(Identite-Libertes)’를 창당했다. 신생 정당인 정체성과 자유와 달리 르펜 의원이 이끄는 RN은 극우 정당으로서 입지를 확실히 다진 상태다. 자르댕은 “마레샬이 독자적인 정치적 입지를 추구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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