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해가는 토종씨앗을 보전하려는 인도의 단체 나브단야에 응원의 마음을 담아 전하기 위해 만든 둔촌고 학생들의 키링들. 최혜란 제공


세계시민을 주제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주 마주하게 되는 질문들이 있다. ‘그래서 그게 지금 나랑 무슨 상관이죠?’ 허투루 시간을 쓰지 않는 것이 미덕인 시대의 아이들답게 진학과 진로의 레이더가 기민하게 돌아간다.
자신의 진로나 시험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을 간파하면 이제 수업은 오롯이 흥미의 전장이 된다. ‘과연 이 내용이 흥미로운가? 새로운가 야마토연타 ?’와 같은 질문을 품고 아이들은 수업에 참여한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면 이렇게 소감을 남긴다. ‘새롭고 재미있었어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저랑 먼 이야기긴 하지만 앞으로 관심을 가져보고 싶어요.’ 이때 내 고민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흥미롭지만 나와는 먼 이야기’와 진정으로 더 깊이 연결될 수 있을지가 세계시민교육을 하며 가장 고민이 되는 지 바다이야기무료 점이다.
이러한 고민을 가지고 둔촌고등학교의 학생들과 생물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인간과 비인간 존재들이 어떻게 서로를 대해 왔는지에서 시작해 생물다양성의 회복을 위해 지금 세계에서 하고 있는 다양한 시도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다.
학생들은 자연이 스스로 회복의 시간을 되찾는 리와일딩이나 온라인골드몽 멸종해가는 토종씨앗을 보전하려는 인도의 단체 나브단야에 대한 사례들을 흥미롭게 들으며 ‘아, 저런 일이 있구나’ ‘나중에 더 알아보고 싶다’ 등의 생각을 나눴다. 아이들의 세계에 처음 떨어진 이 씨앗들이 발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학생들에게 인도의 단체에 직접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해보는 활동을 제안했다.
학생들은 지지와 연대의 골드몽 메시지를 담은 키링을 제작하면서도 이 선물이 전달된다는 것은 별로 믿지 않았다. ‘이게 진짜 인도에 가요?’라고 물으면서도 그저 교실에서 이뤄지는 활동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나는 다음달 진행될 세계시민교육 수업에 후기를 전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수업을 마쳤다.



최혜란 모바일바다이야기 강사(가운데)가 인도 나브단야에 방문해 한국의 고등학생들이 보내온 메시지와 키링을 전달받은 활동가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최혜란 제공


인도 데라둔의 나브단야에 방문해 한국에서 소중히 포장해온 작은 키링들을 펼쳐 보였을 때, 나브단야의 활동가들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놀라워했다. 먼 이국의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활동과 그 가치에 공감하고 연대한다는 사실이 단단하고 따뜻한 연결의 감각을 불러왔다. 이 아이들을 모두 초대하고 싶으며, 만나서 환대하고 싶다는 들뜬 목소리에서 몰랐던 우리가 이제 서로의 세계에 서로를 초대했음을 느꼈다.
다음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나브단야에서 찍은 사진과 이야기들을 전하며 감상을 나눴다. 힘겹게 세상을 바꿔 나가는 각국의 활동가들에게 응원과 지지를 표현하는 일이, 우리가 그 가치를 함께 믿으며 연대하고 있다는 알림이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체감하는 시간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잊힐 만한 하루의 경험이지만 이러한 연결의 경험이 쌓이면 다양한 존재들과 연결되는 삶에 익숙해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얼마 전 우리 곁을 떠난 제인 구달은 뿌리와 새싹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을 알고, 공감하고, 행동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알고 공감하는 과정은 나와 대상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일이다. 나와 멀고 상관없는 존재가 나의 세계에 초대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연결과 초대가 행동을 불러오고 그로부터 변화가 촉발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과 내가, 혹은 이 행성의 무수한 비인간존재들과 내가 연결돼 있다는 감각은 세계시민교육의 출발점이다. 서로에게 대단한 경험은 아닐지라도 일상에서 다른 세계와 연결되는 작은 경험들이 반복되기를 빈다.
최혜란 세계시민교육연구소 전문강사